갓 제대하고 한참 의욕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.
나는 병원에서 수액을 나르는 일을 하고 있었다.
어느날 응급실에서 본 스물살을 갓 넘겼을 만한 여자아이의 눈빛.
망연히 땀을 흘리며 물건을 나르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.
며칠뒤 아홉씨 뉴스에 나오는 간경화로 목숨을 잃은 어느 호스티스의 이야기에.
자료화면의 낯익은 응급실 분위기.
그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며 나를 쳐다보았을까.
한참을 더 활기차게 세상을 헤엄쳐야 했을 나이.
내 나이는 그후로도 수해를 더 지나쳐갔다.